'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Vladimir - Didi)가 에스트라곤(Estragon - Gogo)에게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할 때 양 옆에서 같이 십자가형을 당했던 강도들 중에서 한 명만 구원을 받은 이야기에 관하여 언급한 부분에서 얼마 전에 황창연신부님이 세상에서 가장 말을 잘하는 사람과 가장 못하는 사람에 관한 예로 그 두 사람의 강도를 든 것이 떠올랐다. 예수가 십자가형을 당했을 때, 그 자리에 같이 있던 마태, 마가, 누가, 요한 중에서 구원받은 강도에 관한 이야기를 누가복음에만 있는데,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는 디디의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을 굳이 가져다 붙인다면 4명 중에서 3명이 아니라고 하면, 아닐 수도 있는 것이 세상사니까... ㅜ.ㅜ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들을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의 많은 공허한 대화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어쩌면 각자가 다른 언어로 불완전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따금씩 "차라리 벽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럭키처럼 갑(甲)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쓸데없이 헌신을 하거나, 고고나 디디처럼 희망 없는 구원을 맥없이 기다리는 것인지도...
그런데, 이렇게 맥락도 없고 말도 안 되는 대화나 대사를 연기자들은 어떻게 외워서 연기를 할까?
특히나 럭키가 모자를 쓰고 생각 이란 것을 하면서 혼자 그 말도 안 되는 긴 대사를 할 때... 연기자는 어떻게 틀리지 않고 그 대사를 할 수 있을까??
어차피 대사 좀 틀린다고 해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2막에서 고고와 디디가 자신들의 모자와 럭키의 모자를 가지고 돌려 쓰기를 수 차례 반복하는 것처럼....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미 알고 있는 싱거운 결말로 인해 읽지 않고 있다가, 시나브로 찾아온 일상의 변화로 인해 이번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살면서 Godot를 기다려 왔던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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