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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흙탕물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이타심(利他心)과 연대(連帶)

by 알깬새 2025. 7. 7.

이미지 출처 - 창작과비평사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나에겐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소재들이었다.

단지 소설의 소재와 내용뿐 아니라...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인천 만석동의 괭이부리마을과 시대적인 배경인 IMF 상황만 봐도, 당시 나는 만석동 인근인 북성동에 위치한 목재 제조회사에 다니고 있었으니 말이다(어쩌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O성목재가 바로 그 회사를 칭하는 것일 지도).

이 소설은 누구 하나를 뚜렷하게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숙자와 숙희 자매네 가족, 동준이와 동수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나 비중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유도 아저씨 영호를 위주로 대략 1년의 기간 동안에 그들의 삶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쩌면 한 편의 장편 소설로 담기에는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그들의 삶은 치열했고, 그런 만큼 그들의 희로애락이 뚜렷하게 보인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특히 마음에 가는 이들은 숙자와 영호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자신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타심 많은 이 둘의 삶이 그래서 더 고단할 것이란 안타까움... 그리고 이들과 (단지 혈연이나 혼인관계만으로 국한되지 않는 의미의) 가족들이 모쪼록 더는 아픔 없이,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응원의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소설이 아닌 현실 속의 숙자와 영호도 그랬으면 하는...  

 

(영호를 보면서 오랜만에 케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에 나오는 금연선생이 떠올랐다.)

 

소설이 희망적으로 마무리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소설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린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읽기에는 너무 슬픈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이 소설 속에 나오는 가난과 배고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그렇더라도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타인의 어려움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으리라. 

소설이 상당히 사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한 가지 옥의 티처럼 작가가 착오한 부분을 굳이 지적하자면....
IMF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휴대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않은 시기였다. 그때만 해도 공중전화 근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티폰이 업무용으로 사용되던 때라서, 버거 가게에서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는 모습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물론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니까 이 부분이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다. 

 

괭이부리마을에 대한 소개: 황해도 피란민들의 터전,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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