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전자도서관을 통해 전자책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게 되면서, 한 동안 업무적인 독서 외에는 하지 않았던 내가 책 읽는 즐거움을 다시 찾게 되었다.
보고 있는 책을 다 읽을 즈음에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르는 것도 설레는 시간이다. 앞 서 영어회화와 관련한 책을 본 지라, 이번에는 실용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않는 것을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 바로 이 책... '오십에 읽는 노자'가 눈에 들어왔다.
노자의 도덕경은 몇 년 전에 "A journey of a thousand miles begins with a single step."이라는 영어 표현을 다루면서도 언급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나중에 도덕경을 좀 더 자세히 보리라 생각했는데... 그 새 몇 해가 지나, 그 나중에 지금이 된 것이다. better late than never라고 해야 하나...
https://geoever.tistory.com/140
공감가는 부분들도 많았고...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내용들도 있어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북마크를 해 두었던 부분들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면서 중간중간 나의 멘트를 달고자 한다.
오십부터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 서행
千里之行(천리지행) 始於足下(시어족하)
들판에서 풀을 베는 사람은 끝을 내다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풀을 베다 말고 일어서서 들판 끝을 쳐다보면 '어느 세월에 저 많은 풀을 다 베냐.'라는 생각 때문에 몸이 지치기 전에 마음이 먼저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KTX를 타고 가면 주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지만 무궁화호를 타고 가면 사계절의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여행할 수 있다. 인생 후반전의 속도는 KTX보다 무궁화호가 더 적합하고 좋다.
풀을 베는 사람의 이야기는 내가 즐겨 인용하는 4전 5기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권투선수 홍수완의 '남산 계단 오르기'를 생각났다. 그도 한참 훈련을 할 때, 남산의 계단을 오르며 체력을 단련했는데... 저 멀리 끝을 보며 달리다 보면 더 힘들고 지치더란다. 그래서 눈앞에 몇 계단만 보면서 달렸다고 하는데, 그때 공감이 가서 기억하게 되었고... 신입사원 교육을 할 때면 자주 인용하곤 한다.
KTX와 무궁화호의 비교는 버틀란트 러셀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일부분을 떠오르게 했다. 자동차의 빠른 속도도 좋지만, 결국엔 주변을 볼 수 있는 즐거움과 기회를 잃는 부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볼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 주인
소심한 성격 탓인지 몰라도 나는 유독 남들의 시선에 예민했다. 그렇다 보니 사회에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반응과 평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지나가듯 툭 던지는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를 받곤 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둔감력'에서 나는 완전히 꽝이었다.
나는 매사에 무심하지 못하고 유심했다. 타인의 시선에 둔감하지 못하고 예민했다. 그 때문에 나를 삶의 중심에 두지 못했고 세속적인 평가를 삶의 중심에 뒀다.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매우 평범한 진리인데 나는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살았다. 내가 아니라 타인의 기준으로 세상을 봤기에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타인이었다. 남이 볼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했지 내가 볼 때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글을 쓰는 동안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그 동안 부족했던 마음의 품을 넓히는 방법과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깨달았다.
쓰러졌을 때 가장 좋은 해결법은 일어서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그게 무척 힘들었는데 이젠 별것 아닌 게 되었다. 쓰러졌을 때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길을 간다. 쓰러졌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앞을 향해 가다 보면 또 다른 길을 만날 것이다. 그 길을 따라 다시 걸을 것이다. 걷다 보면 그 길이 삶의 도가 될 것이다.
이 부분은 나와 내 친구가 우리들의 쥬니어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민과 부합하는 부분이 있어서, 공감도 가고...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에도 참고가 되었다. 요즘 MZ세대들은 자기중심적이고 계산적인 성향이 강한데...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주변을 의식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힘들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간소한 삶의 원칙에서 나를 다잡는 법 - 절제
꼭 필요한 건 하나로도 족하고 꼭 필요하지 않는 건 하나도 많다.
한때는 책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이삿짐을 살 때 가장 큰 골칫거리가 책이었을 정도로 내 책장에는 책이 많이 꽂혀 있었다. 사다 놓고 제대로 읽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라 그것들이 그저 공간을 차지하는 종이 더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책 욕심도 버렸다. 넥타이를 버릴 때와는 달리 책을 버릴 때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한 번쯤 읽을 책인데'라는 생각이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언젠가'라는 생각을 기준을 물건을 남기면 버릴 물건이 하나도 없다
는 걸 깨달으면서 책도 미련 없이 버렸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저자의 미니멀 라이프를 설명한 부분인데... 그래.. 그렇지... 하는 공감이 절로 되는 부분이었다. '언젠가'라는 미련을 미련하게 가지고 있으면, 주변 정리는 불가능하다.
오십에 돌아보니 그만하면 잘살았다 - 격려
산책길에서 만나는 식물들 가운데는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것도 있지만 힘겨운 투쟁을 하다가 꽃을 피우지 못한 채 고개가 꺾이고 시들어버리는 것도 있다. 그들이 사람과 다른 건 실패를 자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꽃을 피우건 피우지 못하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꽃을 피웠다고 공을 자랑하는 식물도 없고 개화에 실패했다고 의기소침해하는 식물도 없다.
한 때 바가바드기타에서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과 노력은 목표를 달성했다거나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성공의 여부로 평가되고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과정에 충실함으로써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굽잇길 인생, 성패에 연연하지 말라 - 의연
실패를 동해 깨달음을 얻은 원효대사
두번째 실패는 너구리와 관련이 있다. 어느 날 원효는 평소 가까이 지내던 대안 스님을 찾았다. 마침 스님은 굴속에서 너구리 새끼를 안도 있었다. 어미를 잃은 너구리 새끼들을 거두고자 동굴 속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대안 스님은 새끼들에게 먹일 젖을 구하러 서라벌에 다녀온다며 원효에게 너구리 새끼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말했다. 원효는 정성껏 새끼들을 돌봤지만 배가 너무 고팠던 나머지 새끼 한 마리가 죽고 말았다. 원효는 죽은 너구리 새끼를 안고 『아미타경』을 외웠다.
그때 마침 대안 스님이 돌아와 그 광경을 보고 원효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시는 게요?" "너구리 새끼 한 마리가 죽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염불을 외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대안 스님은 말했다. "죽은 새끼가 그 소리를 어찌 알아듣겠습니까? 새끼들이 알아듣는 소리가 어떤 것인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대안 스님은 살아 있는 너구리 새끼에게 구해온 젖을 먹이며 말했다. "이게 바로 너구리가 알아듣는 경입니다." 원효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원효는 그러한 열패감을 자양분으로 삼아 수행에 정진했고 마침내 한국을 대표하는 고승이 되었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원효대사의 일화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해골에 담긴 물'에 대한 것인데... 너구리와 관련한 이야기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어제가 오늘을 이루고 오늘이 내일을 이룬다 - 연결
노자는 우주 만물을 하나로 연결된 통합체로 인식한다. 노자에게 서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의존적 존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름다움은 추함으로 바뀔 수 있으며 그러한 변화는 역방향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선과 악도 마찬가지다. 고정된 게 아니라 가변적이고 상호교환적이다. 오늘의 선이 내일의 악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악이 내일의 선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물과 현상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유와 무, 난이, 장단, 고하, 전후 등은 꼬리를 물 듯 서로를 뒤따르며 질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유와 무는 서로를 생성시키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를 이루고, 길고 짧음은 서로를 비교하고, 높고 낮음은 서로를 견주고, 앞과 뒤는 서로를 따른다.
내가 습관을 만들면 습관이 나를 만들어줄 것이다.
나쁜 습관은 버리고, 좋은 습관은 하나라도 만들어 가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그 좋은 습관이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데 도움이 되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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