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장림은 중국작가인 하이옌(海宴 - 1954년, 베이징 출생)이 쓴 소설로, 2015년에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랑야방의 2편이라고 할 수 있다. 1편과 2편 사이에 '랑야각'이라는 집단 외에는 크게 연관성이 없는 것이 특이점이긴 하지만...
나는 2017년에 이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된 것을 먼저 보고, 최근에 국회도서관에 해당 소설이 전자책으로 대여가 된다는 것을 알고 이번에 읽었다. 내게 있어서 보통의 경우엔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것보다 원작인 소설이 훨씬 재미있는데... 풍기장림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재미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드라마가 잘 만들어졌다.
오히려 드라마가 짜임새도 있고, 원작에서는 제대로 기술하거나 묘사하지 않은 명대사를 드라마에는 반영을 한 경우들이 왕왕 있다.
특히나 아래의 링크한 내용들은 소설에는 너무 간단한 대사로 처리하다 보니, 드라마에서 만큼 의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겐 가혹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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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선황과 나는 혈통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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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이란 것은 시비를 넘어서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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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대통령 63번째 현충일 추념사_무연고 묘소 참배_풍기장림의 무자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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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명대사들
아래는 소설에 나온 명대사들을 메모한 것인데...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지만, 몇 가지 명대사만 봐도... 이 소설이 충분히 읽을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풍기장림 1
"폐하께서 후하게 대해주실수록 우리 장림부는 더욱더 그 총애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네 마음이 거리낌이 없이 당당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각자 알아서 네 마음을 이해하고 믿어달라 할 수는 없다.... (이하 생략)"
"단순한 '믿음', 그 하나로 충분하더냐? 훗날 대량의 천자가 다스릴 강산의 안전을 오로지 장림왕부의 품성에만 맡겨야 한다는 게냐? 그들이 올바르게 행동하면 황위가 안정되고, 조금이라도 나쁜 마음을 먹으면 비바람이 몰아치고.... 그런 상황에서 너라면 마음이 편하겠느냐?"
순비잔은 이 말에 격노하여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숙부께서는 있을지도 모를 그 나쁜 마음을 비난하기 위해 그런 수작을 부리셨다는 말씀입니까? 북쪽 전선에서 죽은 자들은 이 대량의 장사가 아닙니까? 적군의 말발굽이 남하하는 순간 짓밟힐 땅은 이 대량의 국토가 아닙니까?"
"비잔, 자네는 똑똑한 사람이니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익숙함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걸세. 사람 마음은 예측하기 힘든 법이니 나도, 다른 이들도, 겉으로 드러난 서로의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네. 그 속이 어떤지는 말만으로는 믿을 수가 없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하시지만, 양보했을 때의 결과는 예측할 수 있습니까?"
소정생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자고로 두 나라가 협상할 때는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모두가 사실이 무엇인지를 신경 쓰는 것은 아니지요. 북연은 조정 사정이 좋지 않으니 폐하께서 양보를 하시면 상황은 확실히 가라앉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대가가 무엇입니까?"
소평장은 말을 할수록 생각이 정리되는 듯 점점 차분한 표정이 되었다.
"평정이 없는 죄를 떠안아야 할 뿐 아니라, 훗날 북연이 안정되었을 때 언제든 이 일을 걸고넘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소자는 분쟁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묻는 것이 상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풍기장림 2
"장존, 소평장이 정말 올까요? 듣자니 두 사람은 친혈육도 아니라던데 말입니다."
"'혈육'이라는 것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 때로는 친혈육 사이가 길가는 낯선 이보다 무정하기도 하지."
풍기장림 3
그래도 소평정은 피하고 싶었다. 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그러워하지 않고, 언급하지도 않고, 접촉하지도 않으려 했다. 물처럼 흐르는 세월이 가느다란 바늘땀이 되어 갈라진 상처를 단단히 봉합하고 가슴속 깊이 숨겨주기를, 그래서 상처가 다 나은 양 가장하며 처음처럼 고통스럽고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선제께서 폐하께 말씀하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용좌에 앉은 사람의 가장 중요한 본분은 바로 사람을 선발하고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요."
"네 형님이 목숨을 바쳐 너를 구한 것은 형제간의 깊은 정 때문이었어. 그는 진심으로 네가 살아나기를 바랐지, 절대... 절대 네가 그 자신처럼 되기를, 제2의 소평장이 되기를 바란 것이 아니었어."
"세상이 넓다 보니 사람마다 품은 생각이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다르다. 너 자신이야 맡은 직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다른 사람 눈에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저도 압니다. 경성의 평온함은 언제나 겉면뿐이지요. 사람 마음은 변화무쌍하고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막기 어려운 법입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중략)
"노각주께서는 천하를 굽어보시고 고금을 두루 아시니 홍진에서 벗어날 수 있으셨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중생이 모두 그럴 수는 없지요. 보통 백성들에게 영원과 만물이란 세끼 배부른 식사와 집안과 나라의 평화만 못합니다. 어른들께서 가르치셨듯이 장림군은 그들을 위해 있는 것이지, 조정이나 경성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릇 황실의 자손이라면 처음 배움을 시작하여 부중을 열어 독립할 때까지 읽는 책이나 배우는 도리는 기실 크게 다르지 않다. 허나 한 뿌리에서 나도 그 품성은 저마다 다른 법, 최후의 결과는 그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제와 나는 부자의 길이 세습된다는 말을 믿은 적이 없다."
"하나는 나라의 귀중한 예법이 걸린 일이요, 다른 하나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걸린 일이니, 실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지. 본 왕은 일흔이 가깝고 평생 전쟁터에서 말을 달리며 세상사를 두루 겪었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뒤로 늘 마음이 무겁고 선제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하물며 폐하께서는.... 폐하께서는 아직 열네 살도 되지 않으셨느니라. 이제 막 어린 티를 벗고 갓 황위에 오르신 분이다. 내 마음 편하자고 선택하기 어려운 이 문제를 폐하께 알리고, 어린아이로 하여금 그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할 수야 없지 않겠느냐?"
풍기장림 4
"노각주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지요. 벗을 위한 길은 그 벗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요, 마지막에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하고 말입니다. 저는 평정이 어떻게 나올지 추측한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해 미리 준비를 해둔 것입니다. 그가 묻지 않는다면 내버려 두면 그뿐이지요."
"노각주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정말 세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면 삶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고 말이에요. 이것이 당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성심성의껏 하면 되는 거예요."
"노각주께서는 늘 그러셨지요. 한번 떠난 영혼은 다시는 그리워할 필요 없다고. 인간 세상에서 그리움이란 곧 속박이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이 편히 내려놓지 못하면 죽은 사람도 평온을 얻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이 흥진 세상의 미련을 끊어내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승천해서 다시 태어나 수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지난날 부친상을 치르기 위해 경성을 떠나신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요. 전하께서는 그들의 심계를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상대하는 데 신물이 나신 것입니다. 어차피 이곳에 뜻이 없다면 여기서 멈추고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 아니겠습니까?"
이 소설은 무협으로 분류하면 너무 저평가(?) 될 염려가 있고, 정치와 인간의 심리 등이 잘 녹아 있는 한 편의 훌륭한 소설로 봐주어야 그 수준에 걸맞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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