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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찰 -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외교의 방향을 제시하는...

by 알깬새 2023. 3. 26.

정세현의 통찰 - 이미지 출처 : 푸른숲

 

지난 토요일 국회도서관을 다녀왔다. 국회도서관에서는 30만 권 정도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를 대여하려면 장기열람증이란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장기열람증은 온라인상으로는 발급이 안 되고, 직접 방문을 해서 플라스틱 형태의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장기열람증을 발급받으면, 로그인 후에 전자책을 검색하고, 대출할 수 있는 기능이 활성화된다.  장기열람증 발급과 관련한 내용은 나중에 따로 정리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정세현 前 통일부장관의 대담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정세현의 통찰'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 책을 고른 이유

이 책은 국회도서관  장기열람증을 발급받고서 첫 번째로 대출을 했다.

정세현장관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등에 출연해서 인터뷰한 내용들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는데, 합리적이고 북한 문제와 관련한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서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우선 책의 목차를 살펴보니, 최근 변화하고 있는 국제정세(미국의 약화와 중국의 성장 및 확장 시도)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외교 방향에 대한 부분도 있고, 벌써 1년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문제에 관한 내용도 있어서 읽기에 괜찮겠다는 판단이 섰다. 

 

책에서 관심이 있었던 부분들

이 책에서 수 차례 강조하고 있는 외교에 있어서의 자국 중심성, 그리고 책의 말미에 언급하고 있는 '정치가와 정책가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는 말이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그는 외교를 깡패들의 세계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본다. 때로는 명분으로, 때로는 미사여구로 포장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힘센 국가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정당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교에 있어서는 항상 자국 중심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아래의 내용들이 흥미로웠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늘 변방에 있던 일본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

일본이 유럽의 문물을 일찍 받아들여서 근대화가 빨랐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정세현장관은 그의 은사인 이용희교수의 '권역이론'을 가지고 이 부분을 설명하는데... 나에게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분석이라고 본다(자세한 내용은 아래 인용 부분 참조). 

 

G2(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외교적으로 나아갈 방향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군사력은 경제와 동반해서 성장)이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라서 조만간 미국과 대등해지거나 역전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계속해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고, 그 와중에 중국은 일대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정상화 중재 등을 통해 계속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광복 이후 미국과의 한미동맹 관계... 그리고 최대 교역국가이자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의 관계에서 자칫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국익을 해치는 것은 물론 국제정세가 변화할 때 몰락하는 쪽과 동반하게 되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난 1년여간 對중국 무역 규모와 수지가 축소되고 악화되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노골적인 친미정책으로 인하여 일본과도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데, 정세현장관은 한미일의 관계로 갔을 때는... 미국은 일본을 우선시하지 한국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국제질서에서는 한국은 일본 밑으로 밀려나는 형국이 될 거라고 예상한다.  

 

이 부분은 최근 윤XX(XX가 읽는 이마다 다르게 읽힐 수 있겠다. 원래 이 바닥이 그런 거 같으니까...)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의 헛발질과도 연관이 있는데... 여러모로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갑자기 분노 게이지가 오르면서... 책을 읽으면 메모했던 부분들을 끝으로, 정리를 해야겠다. 

 

결론적으로는 이 책을 고른 것은 성공적인 선택이었고, 최근 국내외의 이슈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메모해 두고 싶은 부분들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중국을 한가운데 놓고 그린 동심원으로 표현하면 놓인 위치가 중국에 가까운 나라일수록 중국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국가 체제와 문화 등이 더욱 비슷해지는데, 그러면 문명국이다. 반면에 중국과 멀어서 영향을 덜 받으면 미개 내지는 저열한 국가가 된다. 위에서 보면 동심원이고 옆에서 보면 피라미드다. 그런데 국제질서가 바뀔 때는 변두리에 있는 나라는 빨리 빠져나갈 수가 있다. 그래서 일본은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얼른 영국 중심의 국제질서로 옮겨 갈 수 있었고, 우리는 소화를 자처하면서 중심에 가까이 있었던 만큼 변화에 보수적이어서 끝까지 빠져나오지 못했다. 위치가 결과적으로 일본한테는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 2부... 팍스 시카나 이후... '중심과 변방의 이론... 권역이론' 중에서

"중국을 미워하는 마음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싫고 좋은 것이 결정되면 그다음부터 선악으로 대체해 버리게 된다. ‘쟤는 미워, 나빠’, 이런 생각에 빠져 있으면, 즉 싫은 것을 나쁜 것으로 여기게 되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안 보인다. 못 찾는다." - '한국, 일본, 중국은 가까워질 수 있을까?' 중에서

"국내 정치든 국제정치든 정치는 현실이고 현실은 선악이 아니라 결국 유불리로 결정 나는 거다." - '중국몽 추구는 잘못된 것일까?' 중에서...

 

나는 지금이 우리가 1960-1970년대부터 미국이 우리를 다뤄오던 오랜 방식에 순종해서는 안 된다는 자기반성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토대 위에서 그러나 미국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우리 대한민국 외교의 자국 중심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해야 한다.

안보 면에서 자주국방에 비하자면 부차적인 방법론에 불과한 동맹만이 안보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지 말자. - '한미관계, 국력만큼 자주적으로 만들어야 할 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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