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튀르키예 - 아는 듯 우리가 잘 모르는 튀르키예를 소개한 책
한민족의 특징들 중 하나는 정(精)이 많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가진 보편적인 인류애 이상으로 우리 민족은 정(精)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한국전쟁 때 군대를 파견해 우리를 도와준 나라들에 대해서는 혈맹으로서 더 남다른 우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국가들 중 하나가 바로 튀르키예(Türkiye)다.
튀르키예(Türkiye)는 얼마 전에 국가명을 기존의 터어키(Turkey)에서 현재의 튀르키예(Türkiye)로 바꾸었다. 서양에서 칠면조로 물리는 Turkey와 같은 이름으로 인한 국가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국가명을 변경하였고,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한 외국인들이 바로 한국인이라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정서적으로 가까운 튀르키예이지만, 우리나라로부터는 먼 거리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국민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 문화적인 특성 등으로 생각만큼 잘 알지 못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연히 (다스뵈이다,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등에 종종 출연해서 익히 알고 있는) 알파고 시나씨 쓴 튀르키예를 소개하는 책인 '있는 그대로의 튀르키예'를 접하게 되어 읽게 되었다.
한국으로 귀화하기는 했지만 성인이 될 무렵부터 한국어를 배운 사람이다 보니 책의 일부에 한글 표현의 오류나 약간의 어색함은 있지만, 튀르키예인의 입장에서 모국에 관한 설명을 재미있게 잘 소개하고 있다.
국가명칭을 Turkey에서 Türkiye로 변경
이 책은 국가명칭에 관한 것으로 가볍고 흥미롭게 시작한다. 사실은 튀르키예가 Turkey라는 명칭을 더 오래전부터 사용했었고, 나중에 칠면조를 Turkey Bird로 불렀는데... 어느새 그냥 Turkey로 부르게 되면서 한 국가의 명칭을 희화하는 것처럼 쓰이는 경우도 생겼으니, 튀르키예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튀르키예는 돌궐의 후손이기 때문에 한국과의 형제국가 관계는 당나라에 대하여 고구려와 돌궐이 함께 대응했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작가는 한국과 닮은 구석이 있는 튀르키예 교육열을 비롯해서, 지리적인 특징, 역사 그리고 정치상황까지 다양한 분야와 소재로 자신의 모국을 한국인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동로마제국의 막을 내린 메흐메트 2세
튀르키예의 역사적인 인물을 소개하는 내용 중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메흐메트 2세(Mehmed II)였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일찌감치 이스탄불(당시엔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해서 로마의 계승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여러 언어를 공부하고, 첩자를 콘스탄티노플에 보내어 난공불락 같은 성채를 공략할 방안도 준비했다. 그리고 겨우 20대 초반에 이스탄불을 함락시켜 스스로 동로마제국의 황제로 칭한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도 대단하지만, 그렇게 일찍 대성공을 거두면 나태해지거나 타락할 수도 있는데... 그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포용하였고, 정복 사업뿐 아니라 제도 정비와 내정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민의 98%가 무슬림이지만 개인의 신념과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는 나라
튀르키예는 국민의 98%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지만, 삼권이 분리되어 있고 일부다처제를 금하고 있으며, 히잡을 쓰는 것과 금식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개인의 신념과 의사에 따르고 있다. 그리고, 타 종교를 금하거나 타 종교의 유적 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면서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있다.
튀르키예에 관해서는 케밥, 아야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가 있는 이스탄불, 카파도키아와 파묵칼레 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는 이 책이 튀르키예를 좀 더 알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