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그 어느날에... 1

admin 2018.09.01 20:39 조회 수 : 21

잔몽(殘夢)처럼 내 주위를 맴도는 지난 기억들이...

 

1999년 11월 13일 일요일 맑음

 

기분이 바닥에까지 가라 앉았다... 침몰... 추락...

 

해돋이는 잘 보았는지 모르겠다. ☆이는 어제 전화를 해서는 정동진으로 해돋이를 보러 가마 했다. XXX에 친한 동료들과 함께...

 

사람들 속에서 난 늘 혼자였다. 누군가 나와 함께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내가 독하긴 독한가 보다. 같이 나눌 사람 없이도 잘 버티 는 거 보면...

 

며칠 동안에 그리 좋지 않았던 우리 둘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와 긴장이 풀리는가 싶은 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에 대해 밀려오는 주체 못할 실망감과 음모이론 이나 심리전이란 단어까지 떠오르는 일종의 배신감...

 

'내가 이런면 안 되겠지! 속이 너무 좁은 거지...' 하면서도 서운함... 그래... 가장 적절한 단어겠다. 서.운.함. 그 서운함은 어찌할 수가 없는 거다.

 

반지를 빼고 ☆이를 만나러 나갔다. 혹시나 물어오면 찌그러질까봐 운동할 때 빼 놓고 깜박 잊었다고 하려고 했는데... 묻지 않았다.

 

정말 놀러가는 복장으로 어울리게 입었다. 춥지는 않을 런지...

 

누군가의 부재에 낯설고 어색한 내가 부담스럽다.

 

 

 

1999년 11월 14일 월요일

 

토요일 저녁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이와 같이 먹은 후로 일요일 밤 10시까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아직 참을성은 남아 있는 건지...

 

차라리 통화를 하지 않는 건데... 그렇게 복잡하던 감정이 그리도 잘 정리될 수 있다는 건가 ??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내겐 오히려 듣기 힘들어 진다.

 

하나를 지워버리면 다른 하나가 그렇다고 ??

그럼 남은 건 몇 개나 되는 걸까 ?? 나는 그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하루를 견딜 수 있으면 한 달도, 일 년도... 그 이상도 견딜 수 있는 법이다.

때론 그 전에 결말이 나기도 하지만....

 

또 다시 나의 생각은 극단적이라는 길 가에 위태하게 서 있다.

 

오히려 그게 더 나을런지도 모른다. 하~하~하~ 갑자기 왜 실소가 나오는 건지...

화가 많이 났다는 건가 ?? 그래서 생각이 튀나 ? 그런 가 ??

 

 

 

1999년 11월 15일 화요일

 

침울함과 무력감 속에 보낸 하루였다. 내가 어찌 괜찮을 수 있을까 ??

 

전화가 왔었다. 때늦은 관심... 기분이 또 안 좋아지면 누군가와 바다를 보러 가든 해돋이를 보러 가든 하면 괜찮아 지겠지...

 

그땐 나도 상관 없겠지. 내 눈치 안 보고 가니 더 즐겁겠지.

 

난 그 지옥같은 XX생활을 무엇으로 버티었던가 ? 힘든 건 내가.. 즐거움은 함께 ??

 

그런 마음이 서운함과 실망감으로 자라서 내게 온다. 피할 사이도 없이...

 

기질... 사람의 기질이란 쉽게 바뀌지 않는가 보다.

 

오자서가 자신의 실수로 손무를 떠나 보내고도 후일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게 전화하는게 더 듣기 싫다.

 

전에는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젠 내가 왜 미안했나 싶을 정도다.

 

혼자서 견딜 수 있다... 충분히... 그게 나다.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 버린 듯... 약이 다 된 시계처럼, 태엽이 풀린 장난감처럼, 물에 젖은 실타래처럼, 그렇게 내가 무너져 내린다.

 

내가 그에게 그가 원하는 모습일 수 없던 것처럼...

 

나 역시 그에게서 내가 바라던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걸까 ??

 

결국엔 부질없던 것이 되어 버렸다. 눈이 이상해졌다. 쌍커플도 지고...

 

이젠 바다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할 것 같지 않다. 전에도 유난을 떨며 바다를 좋아해 본 적은 없지만, 무슨 주기라도 오면 때가 된 듯 홀린 사람 처럼 '바다' '바다' 찾고 다니다가 그리곤 떠나버리는 사람들이 싫다.

 

그곳에 간다고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다.

 

난 바다로 떠나간 사람과 그 사람을 생각하며 애간장이 다 녹아 버린 사람으로 인해 바다를 꺼려하게 될 것 같다.

 

현실이 힘들거나 괴롭다고 쉽게 떠나는 사람은 늘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불안하 게 하는 법이다. 그가 힘들 때, 주변 사람의 괴로움도 불안과 함께 배가 된다.

 

 

 

1999년 11월 16일 목요일

 

이 세상 모든 희망은 자취를 감추어 버린 듯 꼭 꼭 숨어 버렸다.

어제 X시 무렵에 ☆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난 받지 않겠다고 했다. 연이어 걸려온 두 번째 전화 역시 받지 않았다.

 

이 편이 오히려 나은 건지도 모른다.

 

한 동안 마음도 쓰이고, 유쾌하진 않겠지만은... 아픔도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또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사람은 계속적인 극한의 고통을 이겨낼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잊게 되 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기질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 법이다.

 

내가 아주 나쁜 놈은 아닌가 보다. 이 마당에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거 보면...

 

요즘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엉망이다.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았다... 차라리 돌려 줄 것도, 처분할 것도 남아 있지 않다면 이런 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