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admin 2018.09.01 19:34 조회 수 : 0

얼마전 그를 보냈다.

 

남들 다가는 피서철도 아니었는데...

올해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그는 그렇게 서둘러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넉넉하게 살아도 뭐 좋을 것도 그다지 없는 세상,

그가 어릴적부터 달고 살았던 마음 고생은 남기고 간건지..?

 

2주전 일요일 밤 1시쯤으로 기억한다.

힘겹게 잠을 청해서, 막 정신을 잃을 무렵이었다.

띠리릭~~ 띠리릭~~~

(이 밤에 전화할 사람이 없는데.., 누굴까...?)

-호기심 반, 걱정 반이다.-

 

"여``보세요."

"○○이니..? 나 누나야... 분도가 죽었단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이야기의 결말은 이렇게 시작됐다.

내 무감함의 시작도...

 

잠결이라 멍한 탓도 있었겠지만,

내게 있어 좀 심각한 일은 으례 어처구니 없이 일어났던 탓에

난 그냥 "어.. 어..." 짧고 무성의한 대꾸만 건네고 있었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상처받을 만한 큰 일은 늘 이런 식이었다는 사실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이렇게 쿵~하고 한번 크게

얻어 맞고, 당분간 정신 못차리다가, 한참을 지난 후에

우연한 계기로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거.

물론 그때 망가지는 기분도 그리 유쾌한 것은 못 되지만

미리부터 그런 일을 준비하고, 걱정하며 산다면

오죽 재미없고 힘겨울까....?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웃고 떠들고

일상을 돌보는 일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장마가 시작되어, 그를 찾는 일이 곤란해 질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차라리 그가 발견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었는지 모른다.

 

세상을 속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디 남 모르는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살아 갔으면...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그의 몸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요일 정오가 지난후 몇 시간 뒤였다.

몇가지 처리할 절차가 있어서 서울로 옮겨올 수 없다고 했다.

 

전화기가 바빠졌고, 마치 우리 식구들끼리 무슨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있는 것처럼 시간시간마다 상황이 체크되고 계획이

변해 갔다.

 

난 그의 몸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불만은 없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럼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가지 않는 동안은,

그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게 될 때까지는,

난 그의 부재를 망각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가 살아갈 세상에선 여기 일은 깨끗이 지우고 살았으면

좋겠다.

 

 

살아가며 정(情)이란 건 남기지 말고

다 쓰고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있는 거 없는 거 가리지 말고,

그 사람 몫은 모두 다.

그래야 남은 사람도, 떠나가는 사람도

미련이니 그리움이니 하는 거

힘들게 가슴에 담아두지 않아도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