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갈무리 Ⅰ

admin 2018.09.01 18:58 조회 수 : 1

움직임 97/08/13 07:38

 

아직은 더워서 그런지 새벽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전보다는 훨씬 많은 것 같다.

아님, 유독 주안만 많은 건지도..??

 

아침에 1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음과 생각을 정리한다.

 

무언가 필요했던 시기에, 나름대로 괜찮은 선택이라고

했던 일들이, 상황이 바뀌고 그 필요의 의미가 바래지는

시점이 되니 오히려 짐이 되어가는 듯 하다.

 

월요일엔 깜박하고 시계를 두고 왔다.

요즘은 어디서나 흔히 시간을 확인할 수 있건만,

난 습관적으로 나의 빈 손목을 쳐다보았고

그때마다 무언가 마음이 허한 것을 느꼈다.

 

그녀가 지난 내 생일에 선물한 시계다.

난 내가 태어난 날을 즐기지 않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곁에 있어야 할 그녀의 자리가 비어 있으면

난 ..... ... . ... .....

.... ... ... .. .. ...?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있는 것.

있어야 할 때, 있어야 할 것이 있는 것.

 

그녀의 제자리는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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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일 97/08/23 08:34

 

바벨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린 건 공든 탑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다.

 

폼페이가 자취를 감추어 버리던 날,

어린 자식을 살리지 못하고, 가슴에 안은 채 최후를 맞이한 어머니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녀의 기도가 부족해서, 아니면 간절하지 않아서

아이를 살리지 못한 건 아니리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사람들이 믿는 신(神)을 믿지 않는다.

 

인간이 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신의 잘못이 아닐까?

하물며, 사람도 '눈높이 교육'이란 것을 안다.

정의(正義)니, 선(善)이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전지전능하다는 그는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자신의 존재를 믿으라고 강요한다.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려 버렸다.

이런 얘길 하려 했던게 아닌데.......

 

암튼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상식으로도, 정성으로도, 그렇다고 기도로도 되지 않는 일들....

 

세상에 대한 의문이 많아질 때마다 난 왜롭다.

 

 

[설명] 여기서 쓰인 왜롭다는 말은 오타가 아닙니다.

       의혹이 생긴다..는 의미로 합성해 낸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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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춰 뒤돌아보기 97/ 08/09 14:45

 

아침 4시 30분이나 지났는지, 원하지 않은 시각에

잠에서 깨어났다.

 

조금 누워서 버텨볼 심산이었는데,

어찌 된건지 머리만 무거워 오는 것이 아무래도

더 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볼 것 같았다.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난 덕분에 느긋하게 신문을

뒤적이며 하루를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거의 6시 15분쯤에 집에서 나오는데,

오늘은 신발을 신으며 시계를 보니 6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역까지 가는 동안 짧은 대화속에서 올 여름이 무척이나 더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 여름이 더웠나?'

 

난 특별히 덥다는 느낌도, 열대야의 괴로움도 없었던 여름이었기에

그저 그 말에 덤덤할 뿐이었다.

 

찬바람이 불 때쯤, 남들은 지난 여름을 추억한다던데.....

나는 무엇을 기억하지??

 

한 동안 멈출 줄 모르던 생각의 고리가 이제 하나씩 매듭지어 간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나처럼 머리나쁜 녀석에겐 잊어간다는 기능이

추가되는 듯 싶다.

 

화신이 감기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감기든 목소리도 귀엽지만, 기침하고 목도 잠기는 것이 안스럽다.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비가 오지 않아 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