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오래갈까... 감정이...

admin 2018.09.01 18:51 조회 수 : 1

오늘은 문득 기억과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어릴적 일을 떠올리게 되었다.

 

집안 살림이 그리 윤택하지 못했던 터라 어머니는 철부지인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이나 먹고 싶은 것을 다 사주실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엄마~ 저두 저것 주세요~ 예.. 엄마~" 하고 조를라 치면

 

엄마는 아무 것도 모르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아.. 저건 지지야, 저런 거 가지고 놀면 못 써. 우리 ○○이 착하지~"

 

처음엔 지지(더러운 것이라는 뜻) 라는 말에 쉽게 단념하고는 했는데, 커 갈수 록

나의 요구는 조금씩 집요해져 갔다.

 

"엄마~~ 그래도 사 주세요.. 네~에, 한 번 만요.. 앙~~"

 

그러면 어머니는

 

"엄마가 지지라고 그랬잖아, 저런 거 가지고 놀면 커서 거지되요.

너 거지 되면 좋으니..?? 그러니까 자꾸 엄마 조르지마.. 그럼 엄마 힘드니까.."

 

왠만하면 거기서 그만 두는게 보통인데, 오기가 생겼는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날이 있곤 했다. 꼭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한번 내 마음대로 해

보겠다는 오기...

 

"엄마, 왜 누나들은 사주고 전 안 사줘요.. 전에 누나들은 사 줬잖아요.. 이잉~"

 

자꾸 이렇게 훌쩍거리며 따지고 들면, 엄마도 화가 많이 나신다.

 

"엄마가 안 된다고 했잖아. 한번 안 된다고 했으면 네, 하고 가만 있어야지.

너 자꾸 그러면 맴매 맞는다.. 회초리 어디갔어..??"

 

이 정도 되면 거의 경계경보 수준이기 때문에 에공~ 하면서 물러서는게 예정된

수순... 이렇지만 그래도 한번 더 버텨 보는 때가 있으니..

 

'그래 이번 한번만 더 미친 척하고 졸라보자...' 그리곤 더욱 코 밴 소리로

"엄마, 빨랑 사줘요.. 잉~~ 앙~~~ 왜 나만 안 사줘요~~ 아앙~~"

 

그 다음 순간 나는 완죤히 영구 됐다..

 

훌쩍, 훌쩍...

'아~ 무지 아프고, 슬프구나... 왜 난 안 통하는 거냐..

누나들은 가끔 되더만....'

 

그런데 잠시 그렇게 울고 있으면, 엄마가 어느 틈엔가 나갔다가 오시면서

내가 그렇게 졸라대던 것을 사가지고 오신다. 어떤 때는 그 보다는 좀 못한 것으로...

 

"○○아, 여기 이거... 담 부턴 엄마 자꾸 조르지마..

엄마 말 잘 안들으면 나중에 훌륭한 사람 못 되요. 그리고 엄마 몸도 아픈데

니가 자꾸 조르다가 엄마 아파서 일찍 죽으면 ○○이 넌 좋으니..?"

 

사실 우리 엄마는 내가 어릴 적 부터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셨다.

그 말에 덜컹 무너지는 나의 가슴... 왜 그리 서러운지.. 또 눈물이 난다.

 

내가 너무 엄마를 힘들고 아프게 했다는 생각에 후회 막급이다.

'아` 난 정말 나아쁜 녀석이구나... 내가 오기만 안 부렸어도...'

 

하지만 더 슬플 때는 그나마 정말 엄마 주머니에 돈이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을

때다. 그 때는 내가 졸라대던 것하고 비슷한 것도 사 주실 수 없는 거다.

그럴 때면 얻어 맞고 우는 나를 보시며, 조용히 그렇지만 아주 슬프게 저쪽에서

우시는 엄마를 보게 되고 마는 거다.

 

내가 맞은 것 보다 훨씬 더 아프고, 정말 내 자신이 미치도록 미워지는 거다...

 

 

커 가면서 많은 일에 포기하고, 때로는 단념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은 지금도, 앞으로도 있을 꺼란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떠올린 것은 가끔은 미련없이 포기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때로는 너무나 아쉬움이 남고 한번 더 오기라도 부려보고 싶기만 한

그런 일들 때문이다.. 아무리 마음속으로 저건 지지야 라고 자신에게 말을 해도,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마음 아파 할 꺼란 걸 알면서도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집착.... 아니 간절함....

 

 

기억이 오래 갈까..? 감정이 오래 갈까...??

 

이런 저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오늘 머리속에 드는 생각은,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망각이란 이름으로 사라지고, 퇴색되어 가지만....

이상하리 만큼 감정이란 것은 맹목적이리 만큼 더욱 생생하게, 그칠 줄 모르고

나를 몰아 간다는 것이다.

 

상념이 많음을 계절의 탓으로 돌리고, 이제는 일탈에서 돌아가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