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의 인트라무로스 내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은 '성 아구스틴성당(San Agustin Church)'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 많은 소장품들을 가지고 있는 이 곳은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곳 성당이 수 차례의 지진이나 폭격에도 파괴되지 않아서 '기적의 성당'이라고 불린다고도 하는데...

실제로는 최초인 1571년에 대나무와 니파 야자로 지었던 성당은 1574년에 '임홍'이라는 해적이 루손섬을 침략했을 때 불 탔고,

두번째는 나무로 지었는데 1583년에 스페인의 총독이자 총사령관이었던 Gonzalo Ronquillo de Peñalosa의 장례 미사에서 촛불에 커튼이 불붙어 타고 말았다. 그리하여, 지금의 석조 성당은 1607년에 완성된 것이다.

 

참고로, 전시물들을 많아서 모두 둘러 보려면 1시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외부인들의 관람을 위한 출입문 -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가 있고, 들어가는 곳과 나오는 곳이 같다]

 

 

 

 

[사랑의 문 - 17세기에 Molave라는 나무로 만들어진 문]

 

필리핀에 선교를 위해 온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수사들은 신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사들이 이 문을 지날 때 마다, 이를 상기했다고 하는데, 서양 열강들이 식민지를 개척할 당시에 종교를 앞 세워서 저지른 만행들을 생각하면... 그들은 달랐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사랑의 문을 통해 들어오자 마자 보이는 전시실에는 스페인 사람들이 필리핀에 왔던 초기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무 조각상과 그 조각상에 입혀진 옷의 섬세한 자수가 눈길을 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곳 성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3가지를 꼽으라면...

 

첫째는 멋진 회랑이다.

 

맨 아래 사진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성당은 내부의 작은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비추는 햇살과 조명... 그리고 벽에 걸린 그림들이 자아내는 분위기에 나는 매료되었다.  

 

 

두번째로는 바로 이 철문이다.

 

마치 수를 놓은 듯, 종이를 오린 듯... 화려한 문양들 사이로 흐릿하게 건너편의 회랑이 보인다.

 

어릴 적 미사 시간에 보던 '미사보(Veil)'처럼 엄숙함과 신비로움이 함께 담겨 있다.

 

 

세번째는 바로 천장이다.

 

미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설명하기 어렵지만, '트롱프뢰유(Trompe-l'œil)'기법이라고 해서 평면적인 그림을 마치 3차원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2명의 이탈리아인 화가들이 그 어려운 일을 해 냈다고 한다(태양의 후예에서 나오는 송중기 대사를 어설프게 흉내내 봄).

 

나도 당시에는 유럽의 성당들과는 다른... 뭔가 진품 같진 않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나중에야 이것이 그런 미술 기법을 통해 구현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대형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Santo Niño de Cebú]

 

 

[Miguel López de Legazpi의 무덤 - 그는 스페인의 탐험가이자 동인도에서 스페인의 정착지를 최초로 세운 사람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성당 내부에 유명한 인물들의 무덤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Miguel López de Legazpi의 무덤이 있다.

그 밖에도 납골당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당 한 편으로 많은 비석들이 자리하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입체 조각하여 액자 형태로 구현한 전시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일본에서의 선교와 관련한 회화가 있는데, 그 중에 잔인한 내용은 담지 않았다.]

 

 

[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신도들이 사용하던 의자 - 일반 신도라고 해도 지배계층인 스페인 사람들이어서 그랬겠지만,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된 것을 볼 수 있다.]

 

 

[필리핀 토기 - 중국, 일본 등의 것들도 많았지만, 이미 다른 기회에 여러 번 보았었기 때문에 필리핀 현지의 토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식물의 모양과 특성 등을 정리하고 묘사한 내용의 많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사진 우측에 있는 것처럼 분말, 액체 등의 형태로 이들 식물을 추출하여 보관한 도자기 형태의 용기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이곳 성당에서 접할 수 있는 독특한 전시물 중에 하나는 성가대 쪽에서 볼 수 있다.

 

위에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파이프 오르간과 함께 그 안쪽에 있는 별도의 방에는 파이프 오르간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이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대형 악보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큰 악보를 왜 만들었을까와 어떤 용도로 이용했는지 의야스러웠다.

 

그런데, 옛날에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보니, 성가대 인원들이 각자 악보집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대형 악보를 함께 볼 필요가 있었으리라.  

 

 

 

 

 

 

 

 

성당 내부의 전시실을 돌면서 볼 수 있는 성당 건물을 담아 보았다.

 

성 아구스틴성당이 이렇게 규모가 크고, 많은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수도원과 같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수사들은 성직뿐 아니라, 의학, 생물학 등 학문과 연구 분야에도 활동을 했다는 것을 책으로만 알다가 이번에 직접 일면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