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무로스(Intramuros)를 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마닐라 대성당을 보고 나와서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 지 선뜻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러다가 언뜻 든 생각이 전기차를 타고 먼저 한 바퀴 둘러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마침 마닐라 대성당 앞은 인트라무로스를 투어하는 전기차가 출발하는 곳이다.

 

우리가 탄 전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남녀 한쌍의 대학생들이 승차했다.

 

이곳 인트라무로스에는 많은 대학들이 있는데, 이들도 그 대학 중 한 곳에 다니고 있었다.

처음엔 둘 다 현지 학생들인 줄 알았는데, 여학생이 현지인이고 남학생은 대만에서 온 유학생이었다.

 

둘 중 여학생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겨울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란다.

눈 내리는 겨울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옷을 단단히 준비하라는 당부를 해 주었다.

 

[사진을 클릭하면, 좀 더 큰 이미지가 보입니다]

 

우리를 태운 전기차는 아래 사진에 있는 인트라무로스의 외곽으로 먼저 우리를 데려갔다.

위의 지도에서 보면 가장 우측의 중간 부분이다. 어찌 보면 마닐라대성당이 중간 쯤이고, 산티아고요새가 왼쪽 끝이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나는 인트라무로스 여행을 산티아고요새(Fort Santiago)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여기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해서 그랬지만, 다른 여행자들은 처음부터 산티아고요새로 가서 General Luna 길을 따라

마닐라대성당, 성 아구스틴성당, 산디아고 정원 순서로 둘러보면 괜찮을 것 같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걸어서 둘러 보는데 무리가 없다.

 

[인트라무로스로 들어가는 입구 - 마닐라대성당에서 전기차를 타면 이곳으로 와서 다시 돌아간다.]

 

[입장료를 내고 산티아고요새에 들어가면 작은 공원처럼 펼쳐진 공간, 멀리 뒷쪽으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요새 입구가 보인다]

 

 

[요새 입구로 가는 길에는 다리가 하나 놓여 있고, 해자 형식으로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위의 설명에서 나오는 것처럼 산티아고요새는 1571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 선조때인데, 일본이 16세기에 서양과 교류를 시작하고 1592년에 임진왜란을 일으켰으니 포루투갈이나 에스파냐 등의 확장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나중에 언급할  '성 아구스틴성당(San Agustin Church)'의 전시물에서도 당시 일본과의 교류를 알 수 있는 각종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통나무와 흙으로 울타리를 친 방식으로 만들어진 요새는 1574년에 '임홍(林鳳, Limahong)' 이라는 중국 해적의 공격을 받아서 파괴되었다고 하는데 그가 이끄는 해적단의 병력 규모가 3,000명 정도에 달했다고 하니, 당시에는 이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1589년에서 1592년 사이에 돌로 만들어졌다고, 그 후에도 지진과 영국의 공격 등으로 파괴와 복구의 과정을 반복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점령된 요새는 수백명의 시민들과 게릴라들을 가두고, 고문하고, 처형시키는 곳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특히나 필리핀 해방 운동의 '호세 리살(José RizalSpanish pronunciation: [xoˈse riˈsal]; June 19, 1861 – December 30, 1896)'이 이곳에 수감되었다가 형장으로 끌려가 처형되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삶에 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면, 링크해 놓은 위키페디아의 내용을 참고 바람) 

 

위의 사진에서 보면... 걷고 있는 관광객 옆으로 점선 처럼 표시된 것들이 보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호세 리살이 죽음을 맞이하러 걸어갔던 마지막 족적이다.  

 

 

 

 

 

 

 

 

위에 보이는 던전(Dungeon)은 처음에는 포탄이나 탄약 등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다가 나중에는 감옥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곳 산티아고요새는 파싱강(Pasing River)에 면해 있다. 아래 사진에서 뒤로 보이는 강이 바로 파싱강이다.

파싱강은 스페인이 마닐라를 통치하던 시대에 해상로는 물론 물을 공급해 주는 주요한 자원으로 활용되었는데, 산업화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오염이 되어서 다시 예전으로 되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한강이 그런 과정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남의 일만 같지는 않다.   

 

 

 

 

 

 

 

 

 

 

 

 

 

 

[저 뒷편으로 보이는 연녹색 지붕이 마닐라 대성당이다]

 

 

 

 

 

산티아고요새를 둘러 보고, 우리는 다시 마닐라 대성당을 지나서 성 아구스틴 성당(San Augustin Church)으로 향했다.

성당 앞에는 Casa Manila 라고 하는 박물관이 있는데, 그곳은 따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곳에 있는 건물들이 스페인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요새며 성당이며 당시 마닐라를 지배했던 세력이 스페인 사람들이었으니 그러했으리라. 

 

 

산디에고 정원(San Diego Garden)은 방사형으로 남아 있는 옛 요새터 말고는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없었다.

 

인트라무로스 주변으로 골프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래서 성벽 밖으로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깔끔한 느낌은 들지만 유적지 주변을 이런 식으로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것에는 반감이 들었다.

 

이곳도 입장료를 따로 내는 곳인데, 아래 사진과 같이 방사형 구조를 가지는 건축물이 어떠한 모양을 하고 있었고,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를 미니어처 형식으로라도 보여주었다면, 좀 더 흥미롭고 이해하기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밖에 소소한 것으로는 위에 보이는 녹슨 기관이다.

 

무슨 용도로 사용되었던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단지, 바퀴가 달린 것으로 보아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고 내연 기관 같은 것이 있는 걸로 봐서는 작은 증기기관차 같은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본 자료 중에는 대포(Cannon)라는 이야기가 있긴 한데... 제대로 된 정보인지 의심스럽다. 

 

http://jondiscoverswhentravels.blogspot.kr/2013/04/a-visit-to-old-circular-fort-baluarte.html

 

 

 

 

 

그리고 또 하나의 소소한 볼거리로 나선형 계단이다.

 

무슨 특별한 기술이나 독보적인 무엇인가는 아니지만... 밖으로 노출되어 있는 돌계단 중에서 이렇게 짧은 높이에 노골적으로 나선형의 뼈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는 내 경험상으로는 없었던 것 같다.

 

 

 

인트라무로스를 찾는 경우,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산티아고요새부터 시작해서 그 반대편의 입구까지 둘러 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산티아고 요새, 마닐라 대성당 그리고 성 아구스틴성당(San Agustin Church) 정도만 둘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