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의 경제 생활 수준이 극도로 갈리는 지역들이 있는데... 아디스아바바의 Goro 역시 그와 같은 모습을 담고 있다.

 

메인 도로를 사이에 두고 Bole Airport가 있는 방향인 남서쪽의 마을은 빈민촌을 이루고 있고, 반대편인 북동쪽은 중산층 이상이나 3~4층의 빌라를 외국인들에게 임대하여 소득을 올리는 임대사업자들의 집이 있다.  

 

 

(참고로, 빈민촌과 관련해서는 아래 글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2015/03/28 - [해외여행,출장/에티오피아] - 에티오피아에서 보낸 편지

 

 

원숭이도 상대적인 불평등에 불만을 드러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는데...

하물며 사람은... 특히나 감수성이 예민한 연령대의 청소년들은 얼마나 상실감과 좌절을 느낄 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고, 부촌(?)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사는 것이 아니다.

 

가끔 길가에 저런 양철로 만든 1평이 채 못되는 지붕 낮은 가설건축물(개집 보다 조금 클 정도인데,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임)이 있는 걸 보게 되는데... 처음엔 물건을 보관하는 곳이겠거니 했던 그곳이 바로 누군가에겐 집이라고 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상위 10위권에 드는 부자들은 자산규모가 1조원 이상임을 감안하면, 이 엄청난 빈부의 차이가 더욱 안타까운 부분이다.

 

 

 

[정교의 성직자에게 축복을 받는 신자의 모습과 과자를 나눠 먹는 아이들... 저 아이들을 보면서 지오와 고운이가 더 생각나서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난다.]

 

 

1편에 이어서 너무 우울한 내용이라 이야기를 좀 전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에티오피아들은 피부색이 우리보다 검은 흑인종인데, 피부톤이 다양하고... 암할리어가 표준어 이긴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들끼리 이야기를 하는데도 통역이 필요한 상황을 맞게 되는 경우도 있다.

 

종교에 있어서는 대략 과반수 정도가 에티오피아 정교를 믿고, 30% 내외가 이슬람이다. 그리고 이슬람은 다시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뉘는데 상대적으로 수니파가 더 많은 것 같다.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 중에도 무슬림이 여럿 있었는데, 대부분은 수니파였다.

 

이제 웃지 못할 상황을 언급할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처음 이슬람문화를 접했던 건 2000년도에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면서 였다.

호텔에서 곤히 잠이 든 새벽녁에 느닷없이 스피커를 통해 쩌렁 쩌렁한 기도 소리가 들여오는 거다.

그땐 처음이라 뭐가 뭔지 몰라서 당황했는데... 아침이 되어서야 그것이 이슬람의 기도 시간을 알리는 것이고, 그 내용이 무엇이지 까지는 알 수 없지만... 코란 등을 낭독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더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 2시경... 심신이 지쳐서 잠이 든 시간...

 

온 동네에서 써라운드로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 에티오피아 정교도 특정일엔 그렇게 새벽 종교행사를 하는 거다.

 

그래... 이방인인 내가 그 나라의 문화와 현지인들의 생활을 존중해야지!

 

한편으로는 밀려드는 좌절감('낮 동안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이젠 밤에 잠도 제대로 못자는 구나!' 하는 생각에...)을 애써 달래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그날 새벽을 보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날 새벽...

 

나는 무슨 난리가 났나 싶어서 잠을 깼다. 그날은 에티오피아 정교뿐 아니라 이슬람도 종교행사가 있는 날이었던 거다.

 

드디어 시작된 정교 vs 이슬람의 방송 배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에 대한 암담함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현지인들은 이러고 어떻게 살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건 조급증 난 이방인의 관점에서 나온 기우일뿐... 그들에겐 이런 일들이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였던 거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이곳 사람들은 소음에 관대하다. 그래서 어느 날은 숙소를 이전하고 나서 여러 사람들을 초대해서 엠프로 음악을 틀어 놓고 밤 늦게 까지 소란(?)을 피운 적이 있는데... 민원 하나 들어온 것이 없었다. 심지어 Goro 경찰서가 오십여 미터 거리에 있었는데도 말이다. 다만, 지역 주민들은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고개를 기웃거리고, 그러면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좋게 생각되었던 점 중에 하나는... 물론 그들 사이에도 종족간, 지역간의 갈등이 있지만...

다양한 종교가 서로 으르렁 대거나 물어 뜯지 않고 잘 어울려 지낸다는 것이다.

 

수니파건 시아파건... 정교건 무슬림이건... 기독교이건 말이다.

(비록 더 깊은 속에는 다른 무엇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측에 입이 큰 나무는 Enset이라고 하는 에티오피아 현지 식물)

 

길에서 만난 아이에게 저 나무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빵나무(Bread Tree)라고 했는데, 현지에서 식량으로 재배하는 식물은 맞지만 진짜(?) 이름은 Enset(그 외에도 Ethiopian Banana, False Banana 등 여러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다.)임을 알게 되었다.

 

 

아래 기사에 Enset에 관한 언급이 있음

http://www.newsweek.com/2014/12/26/solving-hunger-ethiopia-turning-native-crops-291558.html

 

Enset 관련 위키 자료 : https://en.wikipedia.org/wiki/Ensete_ventricosum

 

 

아무래도 이야기가 몇 차례에 걸쳐서 더 이어져야 할 것 같다. 못다한 이야기들이 아직....